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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야기

탄소회계란 무엇인가

by 꼬마보리 2025. 5. 4.

탄소회계란 무엇인가 – 기후위기 시대의 ‘숫자 언어’

탄소회계(Carbon Accounting)는 기후변화 대응의 기초 데이터를 제공하는 핵심 도구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기록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입니다. 이 회계는 단순히 환경 정보를 기록하는 차원을 넘어, 탄소 감축 목표 수립과 감시, 성과 보고 및 외부 공시까지 포함하는 ‘전략적 분석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전 세계 정부와 기업은 더 이상 모호한 친환경 선언만으로는 신뢰를 얻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탄소회계는 수치 기반의 근거를 제공하며, ‘무엇을 얼마나 배출했는가’에 대한 객관적 기준을 제시합니다.
국제표준인 GHG Protocol을 포함해 ISO 14064 등 다양한 국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며, 이 기준에 따라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 이외에도 메탄, 아산화질소 등 6대 온실가스 전체를 이산화탄소 환산 지수(CO₂e)로 통합해 계산합니다.
탄소회계를 제대로 수행하는 일은 기업이 자체 감축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기본 토대가 되는 동시에, 탄소배출권 거래나 ESG 평가 등 외부 이해관계자와의 투명한 소통을 가능하게 합니다. 즉, 탄소회계는 숫자를 통해 기후 리스크를 진단하고 관리하는 가장 정밀한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탄소회계란 무엇인가

 

스코프 1·2·3 – 탄소 회계의 세 가지 범주

탄소회계의 핵심 구성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개념이 바로 배출범위(Scope) 분류입니다. GHG Protocol은 기업의 활동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Scope 1, 2, 3의 세 가지 범주로 나눠 체계적으로 정리할 것을 요구합니다.
 
Scope 1 - 조직이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의미합니다. 예컨대 제조 공정 중 발생하는 연소, 회사 소유 차량에서 나오는 배출 등  이 포함됩니다. 이 영역은 측정이 비교적 명확하므로 탄소 감축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단위로 여겨집니다.
Scope 2 - 외부에서 공급받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배출량입니다. 예를 들어 외부 전기 사용이나 지역난방 시스템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가 여기에 포함됩니다.
Scope 3 - 가장 넓은 범위의 간접 배출로, 급망, 유통, 소비자 사용, 폐기 등 기업 외부 활동에서 발생하는 모든 배출량을 포함합니다.

특히 Scope 3은 기업 전체 탄소배출량의 70~9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중요하지만, 측정과 보고가 가장 어렵고 복잡한 범주입니다.
 
이러한 스코프 체계는 기업이 배출량을 정밀하게 분류하고, 가장 큰 배출원이 어디인지 파악하여 효과적인 감축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돕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투자자, 규제기관, NGO들이 Scope 3 공개를 점점 더 중요하게 보고 있어, 기업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탄소회계와 기업의 ESG 경영 – 지속 가능성의 기본 언어

탄소회계는 단순히 환경 데이터를 측정하는 기술적 도구를 넘어, 기업의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경영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필수 요소로 작용합니다. 특히 ‘E(Environment)’ 항목에서 탄소배출량 측정과 감축 노력은 핵심적인 평가 지표로 활용되며, 글로벌 투자자들이 기업을 선별하는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기업이 정확한 탄소 회계 시스템을 도입하고 주기적으로 보고서를 공개하는 일은 투자자에게 신뢰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는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서 ‘기후 리더십’을 확보하는 행위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탄소회계를 기반으로 한 ESG 전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는 203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를 선언하고, 자사의 전 Scope 배출량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LG화학 등 대기업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Scope 1·2·3 배출량을 명시하며 탄소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탄소회계는 ESG 경영의 뼈대이자 지표 역할을 하며, 앞으로 기업의 생존 전략과도 직결될 가능성이 큽니다. 기업이 얼마나 탄소를 줄이고 있는지를 수치로 증명하지 못한다면, ‘지속 가능한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기 점점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정책과 규제의 변화 – 탄소회계를 요구하는 시대

최근 몇 년 사이, 탄소회계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CSRD(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를 통해 2024년부터 점진적으로 모든 대기업에 Scope 1, 2, 3 배출량 보고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으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역시 유사한 기후 정보 공시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제는 단순한 행정적 보고가 아니라, 투자 시장에 탄소 위험을 반영시키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합니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은 잠재적 위험으로 간주되고, 친환경 경영을 실현하는 기업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도 발맞춰 ESG 공시 기준을 점차 강화하고 있으며, 2025년부터는 일정 기준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에게 기후 공시가 의무화될 예정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모든 기업에게 탄소회계를 ‘선택이 아닌 필수’로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금융기관도 자체 탄소회계를 기반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으며, 탄소배출량이 많은 기업에 대한 대출 조건을 강화하거나 금리를 차등 적용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탄소회계의 정확성과 신뢰성이 기업의 자금 조달 능력, 나아가 경영 전략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탄소회계는 기후위기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 배출량을 ‘얼마나 줄였는가’보다 ‘어떻게 측정하고 보고했는가’가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기업, 정부, 시민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기준과 도구가 필요하며, 탄소회계는 이 투명성과 신뢰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수치 위에서만 지속 가능한 정책과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일이 가능할 것입니다. 탄소회계를 이해하고 실행하는 것은 우리가 기후위기 시대에 반드시 준비하고 갖춰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