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환경이야기

한국형 그린뉴딜 5년의 명암

by 꼬마보리 2025. 5. 2.

한국형 그린뉴딜 5년의 명암

그린뉴딜의 도입 배경과 비전

2020년 7월, 대한민국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을 위한 국가 프로젝트로 ‘한국형 뉴딜’을 발표하며, 그 중 핵심 축으로 그린뉴딜(Green New Deal) 정책을 제시했습니다. 단순한 경기부양을 넘어, 탄소중립 사회 전환과 지속가능한 경제 체계 구축을 동시에 이루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었습니다.
그린뉴딜은 세 가지 축—▲도시·공간·생활 인프라의 녹색전환,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을 중심으로 구성됐으며, 약 73조 원 규모의 공공재정이 투입됐습니다.

이 정책은 그간 산업화 기반의 경제구조에서 벗어나 환경친화적이면서도 포용적인 성장 모델을 실험한 국가 차원의 녹색전환 시도였고, 정부는 2025년까지 66만 개 이상의 녹색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특히 ‘탄소중립 2050’을 선포하며, 에너지 구조, 교통체계, 도시계획, 산업정책 등 다방면에서 친환경성과 디지털 전환을 결합하려는 큰 그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큰 비전이 실제로 얼마나 구현되었는지, 그리고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정책 추진 이후의 실질적 성과

2020년부터 시행된 그린뉴딜 정책은 일부 영역에서 가시적인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성과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전기차 보급 증가입니다. 한국에너지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은 2020년 14GW에서 2024년 말 기준 약 27GW 수준까지 증가했으며, 풍력발전은 해상풍력 실증 단지를 중심으로 발전 가능성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산업부와 지자체가 협업한 'RE100 시범지역' 도입을 통해 일부 지역에서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전력의 상당 부분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도 했습니다.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도 괄목할 만한 진전을 보였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4년까지 누적 전기차 등록 대수는 약 87만 대를 돌파했으며, 수소차도 약 5만 대 이상 보급되어 초기 시장이 형성되었습니다. 충전 인프라 역시 빠르게 확충되어 전기차 충전소 수는 2020년 대비 약 2.5배 늘었고, 수소충전소도 전국 200개 이상이 운영 중입니다.

또한 ‘그린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공공 건축물과 교육 시설의 에너지 효율을 대폭 향상시켰으며, 스마트 그린도시 조성사업을 통해 25개 지자체에 친환경 기반 도시 인프라가 구축되었습니다.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단순한 탄소 감축을 넘어서 국민의 일상 속에서 녹색전환을 체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일부 확인됐습니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2023년까지 약 13만여 개의 직접 또는 간접적 그린 일자리가 창출되었으며, 이는 에너지 설계, 건축 리모델링, 탄소중립 컨설팅, 폐기물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분포돼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전체 노동시장 내 비중은 미미하며, 특히 중장기 고용 안정성과 민간 부문으로의 확산에는 한계가 남아있다는 평가도 공존합니다.

 

구조적 한계와 실행의 현실

그린뉴딜의 성과가 제한적인 이유는 한국의 산업 구조적 특성과 제도적 불균형에서 비롯됩니다. 가장 큰 제약은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입니다. 2024년 기준 한국의 발전 에너지 중 석탄과 LNG 비중은 여전히 60%를 넘고 있으며, 원전 비중도 다시 확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추진되고 있지만, 주민 수용성 부족, 송전 인프라 문제, 지역 간 불균형 투자로 인해 목표 달성에 지속적인 차질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산업 부문에서도 전환은 느리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탄소 다배출 업종인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분야는 ‘넷제로 기술’ 개발과 상용화가 늦어지고 있으며, 감축 책임을 민간에 넘기려는 구조적 한계도 존재합니다. 현재로선 자발적 참여보다 법제화를 통한 강제 수단이 병행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탄소감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정책 추진의 일관성과 통합적 거버넌스 부족 역시 문제입니다. 초기에는 그린뉴딜이 디지털뉴딜과 병행돼 추진됐지만, 이로 인해 자원의 집중도가 분산됐고 ‘그린’이라는 핵심 주제에 대한 정책적 집중력이 약화되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여기에 민관 협력 역시 미흡했습니다. 많은 녹색전환 프로젝트들이 중앙정부 주도, 공급자 중심 구조로 설계되어 지역사회나 시민사회와의 연결이 약했고, 그 결과 정책 수용성과 지속 가능성에 균열이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그린뉴딜이 정부 주도의 단기적 경기부양책으로 활용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졌으며, 실질적인 녹색 전환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구조 개혁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녹색전환의 미래 전략과 정책 보완 방향

앞으로의 녹색전환 전략은 정부 주도의 일방향 정책을 넘어서 민간의 자율적 참여와 시장기반의 변화 유도로 이동해야 합니다. 현재 그린뉴딜 2단계 또는 후속 전략을 구상하는 시점에서 핵심은 구조적 지속 가능성입니다.

첫째, 녹색산업 전환을 위한 민간 투자 활성화가 중요합니다. 단순한 보조금 지급에서 벗어나, 탄소 감축 효과가 높은 기업에 세제 혜택이나 녹색 채권 발행을 장려하는 그린 파이낸스 생태계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의 택소노미(Taxonomy)처럼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민간 투자가 신뢰하고 따라올 수 있는 정책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둘째, 기업의 지속 가능성 평가를 강화하는 ESG 정책의 실질적 이행도 필요합니다. 현재 국내 기업의 ESG 보고 기준은 자율성이 높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은 신뢰할 수 있는 탄소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무역 규제와도 연결됩니다. 국가 차원에서는 기업들이 국제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데이터 관리체계, 교육 지원, 인증 시스템 구축을 병행해야 합니다.

셋째, 탄소세 및 탄소배출권 시장의 실효성을 높여야 합니다. 현행 탄소배출권 거래제(K-ETS)는 유럽 수준에 비해 가격 유인 효과가 낮고, 거래 유동성도 제한적입니다. 앞으로는 탄소가격이 기업의 전략 결정에 실질적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배출권 가격 인상, 탄소세 도입, 보조금 재조정 등 시장 기제 중심 정책 조율이 필수적입니다.

마지막으로, 기술 중심의 전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시민 참여 확대, 지역별 탄소중립 추진 계획, 청년 중심의 녹색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기반을 넓히는 전환 전략이 병행되어야 녹색전환의 공감과 실천이 동반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린뉴딜은 대한민국이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전환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은 역사적 실험이었습니다. 지난 5년간 분명 의미 있는 성과도 있었지만, 정부가 바뀌면서 구조적인 한계와 실행 격차 역시 뚜렷했습니다. 그린뉴딜은 전 정권의 정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해 지속적으로 관리돼야 하는 정책입니다. 이제는 단기성과를 넘어,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고도화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와 우리가 보호하고 지켜야 하는 다음 세대를 위해 빌려쓰고 있는 지금의 지구를 지켜나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