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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야기

기후위기 시대의 먹거리 불안정

by 꼬마보리 2025. 4. 28.

기후변화와 식량 불안정 – 전 세계 농업의 위협

기후변화는 이제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농업 현장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생산 불안정의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전통적인 농업은 일정한 기후 패턴과 계절성에 의존해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 기상이변은 그 흐름을 완전히 뒤흔들고 있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폭우와 가뭄, 고온 다습한 날씨, 그리고 급격한 온도 변화는 작물의 생육 주기를 방해하고, 병해충의 확산을 유도해 수확량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는 비정상적인 몬순 패턴으로 벼 재배 시기가 불안정해지고 있으며, 미국과 캐나다는 이상 고온으로 인해 밀과 옥수수 생산량이 줄어드는 등 주요 곡물 생산국에서도 피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지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닌, 곧바로 국제 곡물 가격의 불안정으로 이어지며, 식량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의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로 연결됩니다.

더 나아가, 기후 변화는 단순히 작물의 수확량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닙니다. 농업 노동 환경의 악화, 가뭄으로 인한 가축 사육 제한, 수질 문제로 인한 농산물 품질 저하 등 전반적인 농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식량 문제는 더 이상 '생산 기술'의 영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기후 시스템과 농업이 맞닿은 종합적인 생존 이슈로 접근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기후위기 시대의 먹거리 불안정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 – 수입 의존에서 오는 식량 불안

지금까지 전 세계는 식량을 글로벌화된 공급망을 통해 보다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해왔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그리고 기후위기의 가속화 속에서 우리는 이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하고 불안정한지를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식량은 이제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정치·경제적 도구로 기능하고 있으며, 수출국의 정책 변화 하나로 전 세계의 식탁이 흔들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2022년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입니다. 두 국가는 전 세계 밀 수출의 약 30%를 담당하는 핵심 생산국이었으나, 전쟁 발발 후 항구 봉쇄와 물류 차질로 인해 밀, 옥수수, 해바라기유 등의 공급이 제한되었고, 이는 곧바로 국제 식량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아프리카와 중동의 저개발 국가들은 식량 부족 사태로 인한 사회 불안을 겪었고, 한국을 비롯한 수입 의존 국가들도 소비자 물가에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한국은 대표적인 수입 식량 의존 국가입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45% 미만이며, 밀 자급률은 1%대, 콩과 옥수수는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 곡물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우리 식탁이 바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의미합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기후위기로 인해 수출국들이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며 식량 수출 제한 조치를 늘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국제 식량 공급망은 점점 불확실한 위기 국면에 접어들고 있으며, 수입 의존에 대한 구조적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 결과, 식량 안보를 위한 정책 패러다임은 ‘무역 확대’에서 ‘내부 회복력 강화’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단순한 수급 조절을 넘어, 국가 단위에서 식량을 주권의 문제로 인식하고 자립 기반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기후위기 시대에 가장 현실적이고 시급한 전략이 되고 있습니다.

 

식량 주권의 개념 – 국가가 스스로 식량을 결정할 권리

식량 주권(Food Sovereignty)이란 단순히 식량을 많이 보유하거나 저장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그것은 한 국가가 자국민의 식생활과 식량 체계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갖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제 식량 가격의 변동, 수출국의 외교 전략, 다국적 기업의 이익에 의해 국민의 식탁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철학에서 출발한 개념이죠. 이 개념은 특히 세계식량위기 이후 더 주목받게 되었고,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나 세계 농민단체를 통해 정치적 의제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한국의 현실을 보면, 식량 자급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이제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특히 기후위기로 인해 곡물 수출국들이 자국 우선 공급에 집중하면서, 국제시장에서의 '구매력'만으로는 충분한 식량 확보가 어렵다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주권의 문제로 봐야 합니다.

식량 주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략적 개입이 필수적입니다. 이는 단순히 농업 보조금 확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 농가 지원, 도시농업과 로컬푸드 시스템 강화, 토종 종자 보호 등 다층적인 정책 설계가 필요합니다. 또한, 학교급식·공공기관 납품에 지역 생산물 우선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의 공공조달 기반 강화 역시 식량 주권을 지키는 실질적 수단이 됩니다. 기후위기 시대의 식량 전략은 단지 '생산성 향상'만이 아니라, 식량 체계를 누가, 어떻게, 왜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정치적 선택과도 직결됩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 전환 – 기후위기 시대의 생존 전략

기후위기와 식량 위기가 동시에 다가오는 시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지속 가능한 길은 바로 친환경적이고 회복력 있는 농업 시스템으로의 전환입니다. 기존의 산업 중심 농업은 단기 생산성에는 기여했을지 모르지만,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 대규모 단작(단일작물재배) 등으로 인해 토양 생태계 파괴, 수질 오염, 생물 다양성 저하 등 장기적인 환경 손실을 초래했습니다.

이제는 생산성만을 추구하는 농업이 아닌, 지속 가능한 농업(sustainable agriculture) 개념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기농법, 재생농업(regenerative agriculture), 스마트농업 등은 모두 기후위기 대응과 농촌의 경제적 회복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습니다. 재생농업은 특히 탄소를 흡수하는 토양의 기능에 주목해 탄소중립과 식량 생산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실제로 유럽과 북미에서 주요 농정 방향으로 채택되고 있습니다.

또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농업은 단순한 기술 혁신뿐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의 인식 변화도 수반되어야 합니다. 로컬푸드를 선택하고, 제철 식품 소비를 장려하며, 먹거리 낭비를 줄이는 소비자 행동은 결국 기후와 농업을 연결하는 중요한 연결고리입니다. 이러한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생존 전략이며, 농업과 식량 시스템은 그 최전선에 서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쌀을 수입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의 쌀값 상승으로 일본 관광객들의 주요 여행 품목이 쌀이라는 기사도 접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직면한 물가 상승, 수입 불안정, 생산성 저하 등 현실적인 문제는 물론이고, 국가의 안보와 생존권, 다음 세대의 권리와도 맞닿아 있는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는 지금, 국제 곡물 시장에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야 합니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연결되고, 기후위기에 적응하는 생태 친화적 농업 전환을 이끌어야 할 시점입니다. 이는 기후를 지키고, 생태 환경을 회복하며, 지역을 살리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