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홍수가 반복되는 진짜 이유
매년 여름철이 되면 반복적으로 뉴스를 장식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도시 곳곳이 물에 잠기는 장면으로 서울, 부산, 대전 등 주요 도시에서 도로, 지하철, 상가가 침수되고,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이어집니다. 과거에는 몇 년에 한 번 일어나던 일이 이제는 매년, 때로는 한 달에 두 번 이상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도시홍수(Urban Flooding)는 더 이상 특이한 기상현상이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의 일상적인 재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직접적인 원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의 빈도와 강도 증가입니다. 한국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30년간 하루 강수량 100mm 이상의 ‘폭우일’은 뚜렷하게 증가했고, ‘기록적인 폭우’의 기준도 해마다 경신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폭우만으로 도시가 침수되는 것은 아니고 도시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같은 양의 비가 내려도 피해는 훨씬 커진다.
기존의 도시계획은 빠른 배수와 도로 효율성을 중시했으며, 그 결과 도시 표면의 대부분이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덮였습니다. 이로 인해 빗물이 지면에 스며들 틈이 사라졌고, 하수도 용량은 급격히 늘어나는 강수량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즉, 기후위기의 영향과 도시구조의 취약성이 맞물려, 도시홍수가 반복되는 복합 재난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입니다.
침수 위험이 높은 도시의 공통점
도시홍수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는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는 불투수면 비율이 높은 지역입니다. 불투수면이란 빗물이 지면 아래로 스며들지 못하게 하는 포장된 표면을 말하는데, 이는 주로 도로, 주차장, 건물 지붕 등입니다. 서울의 경우 전체 도시 면적 중 불투수면 비율이 50%를 넘는 지역이 많고, 도심은 대부분 빗물을 흡수하지 못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둘째는 배수 인프라의 노후화와 용량 부족입니다. 많은 도시의 하수도 시스템은 수십 년 전에 설계된 것으로, 기후위기 이후 급증한 강수량을 고려하지 못한 구조입니다. 특히 지대가 낮은 지역, 계곡을 복개한 지역, 도로보다 낮게 위치한 반지하 건물 밀집 지역은 침수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셋째는 도시 개발의 방향성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도시는 자연 지형과 물길을 무시한 채 개발되었으며, 하천은 직선화되거나 복개되었고, 하천 주변은 고층 건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물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고, 유속을 빠르게 만들어버린 도시 구조는 강수량이 많을수록 재난의 강도를 키우는 원인이 됩니다.
이러한 도시 구조의 문제는 단순히 기후의 변화가 아닌, 인간의 개발 방식과 인프라 설계 철학의 한계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기후위기라는 외부 변수에만 원인을 돌리기에는 도시 스스로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기후적응형 도시 설계, 해답이 될 수 있을까?
기후변화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우리는 도시를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요? 지금까지의 도시 설계는 ‘빠르게 물을 빼는 구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물을 받아들이는 도시, 함께 살아가는 도시로 방향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을 자연 기반 해결책(NbS, Nature-based Solutions)이라고 일컫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Sponge City(스펀지 도시) 개념입니다. 이 모델은 도로와 지붕을 투수성 소재로 바꾸고, 도시 곳곳에 빗물 정원, 저류지, 습지를 설치해 비가 내릴 때 물을 흡수하고 저장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중국의 선전과 베이징은 실제로 스펀지 도시 전략을 적용해 침수 피해를 줄였으며, 네덜란드의 로테르담도 도시 중심에 거대한 저류 공간과 수변 공원을 조성해 홍수에 강한 도시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또한 도시의 녹지 공간은 단순한 미관용이 아닌, 기후 재해를 완화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나무와 식생은 빗물의 유출 속도를 줄이고, 일시 저장을 가능하게 하며, 자연 순환을 회복시켜 줍니다. 이는 도시가 스스로 회복력을 갖는 ‘레질리언트(Resilient)’ 도시로 진화하는 과정입니다.
즉,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면, 그에 적응하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도시 설계가 필요합니다. 도시홍수는 인재(人災)이기도 하기에, 충분히 대응 가능한 문제로 바꿀 수 있습니다.
도시홍수를 줄이기 위한 시민과 정책의 역할
도시홍수는 전문가와 정부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습니다. 시민의 일상 속 참여와 인식 변화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배수구 앞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지역 침수 위험은 크게 줄어들 수 있으며, 도시 내 빗물 저장 장치를 설치하거나 텃밭·옥상 정원을 활용하는 것도 침수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정책적으로는 기존 도시를 재설계할 수 있는 실질적 지원과 법제화가 필요합니다. 이는 단순한 토목공사 확대가 아니라, 친환경적이고 적응형 도시 구조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정책이어야 합니다. 예산 확보, 도시계획 기준 변경, 민간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 구조가 중요합니다.
특히 개발 우선주의에서 벗어나, 도시가 ‘물과 공존할 수 있는 생명 공간’으로 재설계되어야 합니다. 이는 단지 침수를 줄이는 것을 넘어, 도시의 삶의 질과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도시홍수를 단지 ‘기후재해’로만 볼 것이 아니라, 도시 설계와 시민 의식의 지표로 해석하는 관점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금 우리가 도시홍수를 겪는 이유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가 아니라, 그 비를 받아들일 수 있는 도시 구조와 마음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매년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피해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도시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환경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양광 발전의 진실 (0) | 2025.04.16 |
---|---|
전기차는 정말 친환경일까? (0) | 2025.04.16 |
친환경 포장재는 진짜 친환경일까? (0) | 2025.04.16 |
도시의 녹색 인프라가 필요한 이유 (0) | 2025.04.15 |
2030 탄소중립은 가능할까 (0) | 2025.04.15 |
생태도시란 무엇인가 (0) | 2025.04.15 |
ESG는 환경에 진짜 도움이 되고 있을까? (0) | 2025.04.14 |
탄소포집기술의 미래 (0) | 2025.04.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