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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야기

블루카본이란 무엇인가

by 꼬마보리 2025. 5. 13.

블루카본 개념의 진화 – 탄소중립을 위한 해양생태계의 등장

기후변화는 이제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단순한 기후 현상을 넘어서, 인류의 생존 문제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전 세계는 ‘탄소중립(Net Zero)’이라는 절박한 목표를 향해 다양한 탄소 감축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육상 중심 탄소흡수원인 산림이나 토양 외에도 새로운 대안이 모색되었고, 그중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블루카본(Blue Carbon)’ 입니다.

블루카본은 해양과 연안 생태계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CO₂)를 흡수하고, 이를 퇴적물 형태로 장기 저장하는 자연 기반 탄소흡수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2009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식적으로 제시하면서 개념이 정립되었고, 이후 전 세계의 탄소 중립 정책과 생태계 복원 전략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블루카본의 강점은 단기적인 탄소 흡수 능력뿐 아니라, 수 세기 이상 탄소를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탄소 격리력'입니다. 특히 해양의 퇴적물은 산소가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유기물이 빠르게 분해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축적됩니다. 이는 숲이나 초지와 비교해 탄소의 저장 기간이 훨씬 길다는 점에서 강력한 이점으로 작용합니다.

뿐만 아니라 블루카본은 해양 생태계의 복원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는 해양 생물다양성 보호와도 직결됩니다. 즉, 탄소 감축이라는 기후 목표와 생태계 회복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다기능 생태 솔루션’이라는 점에서 각국 정책 결정자들과 국제기구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블루카본이란 무엇인가

 

주요 블루카본 생태계 – 맹그로브, 염습지, 해초밭의 역할

블루카본을 구성하는 핵심 생태계는 맹그로브 숲, 염습지, 해초밭입니다. 이들 세 가지는 모두 연안이나 해안가에 위치하며, 독특한 식생과 퇴적물 구조를 통해 고농도의 유기탄소를 장기적으로 저장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생태계는 고유한 방식으로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기능을 갖고 있어, 블루카본의 총 흡수량을 구성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맹그로브 숲은 열대 및 아열대 해안에 형성되는 숲으로, 복잡한 뿌리 구조를 통해 진흙과 퇴적물을 고정시키고, 탄소가 포함된 유기물을 토양에 저장합니다. 맹그로브는 육상 숲보다 최대 10배 이상 많은 탄소를 저장할 수 있으며, 이는 뿌리 시스템이 방대한 유기물 퇴적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맹그로브는 해안 침식 방지, 해양 생물의 산란지 제공 등 다양한 생태적 기능도 수행합니다.

염습지(Salt Marsh)는 수위가 낮고 염분이 높은 해안 지대에 형성된 생태계로, 염생식물들이 밀생하여 고유의 탄소 저장구조를 만들어냅니다. 염습지는 지표면에서 빠르게 유기물을 침전시키며, 높은 염도와 낮은 산소 농도로 인해 탄소의 분해를 억제해 장기 저장이 가능합니다. 이로 인해 염습지는 탄소 흡수 효율이 높고, 복원 가능성도 커서 최근 세계 각국에서 복원 프로젝트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습니다.

해초밭(Seagrass Meadow)은 바닷속 얕은 곳에 형성되는 수생 식물 생태계로, 빛이 닿는 수심 한계까지 해저에 넓게 분포합니다. 해초는 광합성을 통해 해양 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뿌리 근처의 퇴적층에 유기탄소를 축적합니다. 특히 해초밭은 물속 생태계의 산소 공급원이며, 어류와 해양 생물의 서식처이기도 합니다. 해초밭의 퇴적물은 오랜 기간 동안 탄소를 격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블루카본 저장소로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들 생태계는 연평균 약 3~5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 수치는 세계 연간 탄소 배출량의 약 1%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블루카본 생태계는 면적 대비 탄소 저장 효율이 매우 높은 편에 속하며, 이 때문에 해양 기반 탄소중립 전략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블루카본의 경제적 가치와 글로벌 정책 동향

블루카본은 단순한 생태적 개념을 넘어 경제적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시장 중심 접근이 강화되면서, 블루카본 생태계가 창출하는 탄소흡수량을 계량화하여 탄소배출권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나 기업이 자발적 탄소시장(Voluntary Carbon Market)에서 배출권을 매입하거나 거래할 수 있도록 하여, 블루카본 복원 사업을 경제적 인센티브와 직접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코스타리카, 인도네시아, 케냐 등이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맹그로브 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탄소흡수량을 인증받고, 이를 국제 배출권으로 판매하여 생태계 보호와 지역 주민 소득을 동시에 실현하고 있습니다. 블루카본이 ‘생태 보전+기후 완화+경제 개발’의 삼각 축을 아우르는 새로운 모델로 부상한 것입니다.

국제적으로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를 비롯해,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가 블루카본을 기후변화 대응 전략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탄소 회계 기준에 블루카본을 포함하려는 시도도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과학적 데이터 구축과 법적 제도 정비가 동반되고 있습니다.

2021년 유럽연합은 ‘EU 블루카본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며, 해양 생태계 기반의 탄소 흡수와 관련된 데이터를 통합하고 복원사업에 대한 공공 투자 지침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블루카본 활성화 로드맵’을 수립하고, 연안 습지 복원사업, 해초밭 복원, 맹그로브 도입 가능성 등을 연구 중입니다. 이처럼 블루카본은 단순한 이론적 개념을 넘어 국가 간 기후외교와 산업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블루카본의 한계와 과제 – 보전과 개발 사이의 균형

블루카본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적용과 확산에는 여러 현실적 제약이 따릅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블루카본 생태계 자체가 이미 상당 부분 훼손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전 세계 맹그로브 숲의 절반 이상이 개발, 양식장, 해안 정비 등의 이유로 파괴되었습니다. 해초밭과 염습지 역시 해안 도시화와 해양오염으로 인해 급속히 면적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훼손은 단순히 탄소흡수 능력을 잃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블루카본 생태계는 손상되었을 때 오히려 탄소를 다시 배출하는 ‘탄소 순방출지’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퇴적물이 뒤집히거나 유기물이 산소에 노출되면 수 세기 동안 저장된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됩니다. 이는 단기적 복원이 아닌, 장기적 보호와 관리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블루카본을 탄소배출권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측정(Measuring), 보고(Reporting), 검증(Verification)이라는 MRV 체계의 정교한 구축이 필수입니다. 육상 숲과는 달리 해양 생태계는 측정과 계량이 어렵고,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기준도 아직 미비한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는 위성 영상, 드론 기반 측량, 수중 센서 등의 기술을 활용한 해양 탄소 회계 시스템 개발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과제는 개발과 보전 사이의 갈등 문제입니다. 해안 지역은 관광, 양식, 도시개발 등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곳으로, 블루카본 생태계 복원이 해당 지역 주민들의 경제 활동과 충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한 환경 보전 사업이 아닌, 지역사회와의 협력 모델을 포함한 지속가능한 관리 전략이 필요합니다. 블루카본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과학-정책-커뮤니티’의 삼자 협력이 반드시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블루카본은 생소한 개념이었습니다. 이런 블루카본이 기후 위기의 대응이 될 수 있고 육지와 더불어 해양까지 포괄하여 탄소중립을 이룰 수 있도록 우리의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맹그로브와 해초밭, 염습지는 우리가 매일 보는 푸른 바다 아래에서 조용히 지구의 온도를 낮추고 있습니다. 이 귀중한 자연의 숨결을 지키는 것은, 단지 환경운동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할 미래 생존을 위한 결정적 선택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