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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야기

리튬 전쟁 – 배터리 원자재와 환경 갈등

by 꼬마보리 2025. 5. 13.

리튬 전쟁 – 배터리 원자재와 환경 갈등

 

전기차 시대의 핵심 자원, 리튬의 수요 폭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에너지 전환은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의 도래로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내연기관차 퇴출 로드맵을 발표했고, 이에 따라 전기차(EV)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는 자원이 바로 ‘리튬’입니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소로, 양극재와 전해질의 주요 성분으로 쓰이며 배터리의 안정성과 에너지 밀도를 결정짓는 핵심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40년까지 리튬 수요가 2020년 대비 최소 4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기차뿐 아니라 에너지 저장장치(ESS), 스마트폰, 노트북, 드론 등 다양한 전자기기 산업에서도 리튬 수요가 함께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특히 배터리 생산의 중심지인 중국, 한국, 일본은 안정적인 리튬 공급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도 리튬 확보를 ‘국가 안보의 문제’로 규정하고 전략적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문제는 리튬의 공급 속도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탐사, 채굴, 정제까지 평균 5년에서 10년이 걸리는 리튬 산업의 특성상, 단기간 내에 수급 균형을 맞추기 어렵습니다. 이에 따라 리튬 가격은 2021년부터 2022년 사이에 400% 이상 급등하기도 했으며, 이는 전기차 가격 상승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리튬은 단순한 원자재를 넘어, 전 세계 친환경 산업 전환의 판도를 좌우하는 지정학적 열쇠로 떠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리튬은 어디에서 오는가 – 세계 채굴 현장의 현실

리튬은 지구 전역에 존재하지만, 경제적으로 채산성이 높은 리튬 매장지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현재 전 세계 리튬의 대부분은 남미의 염호(Salt Flat) 지역과 호주의 광산형 리튬에서 채굴되고 있습니다. 특히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로 이어지는 지역은 '리튬 삼각지대(Lithium Triangle)'로 불리며, 지구 전체 리튬 매장량의 절반 이상을 보유한 핵심 전략지로 평가됩니다.

염호 리튬 추출 방식은 저렴한 비용이 장점이지만, 생태적 비용이 매우 크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리튬 염수를 지상으로 끌어올려 햇빛에 수개월 간 증발시키는 과정에서 수백만 리터의 물이 증발되며, 이로 인해 주변 지역의 지하수 고갈, 토착 농업 붕괴, 사막화 등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칠레 아타카마 사막 지역에서는 리튬 채굴로 인해 라마 사육이 중단되고, 선주민 공동체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국제 NGO들의 보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또한, 리튬 채굴 과정에서는 황산, 염산 등의 강한 화학물질이 사용되며, 토양과 수계에 비가역적인 오염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유럽연합은 ‘리튬도 환경유해물질로 분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으며, ESG 관점에서 리튬 채굴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세계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녹색 전환’을 위한 자원이 또 다른 회색 위기를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리튬 공급망 전쟁 – 자원 주권과 지정학 리스크

전 세계 리튬 공급망은 기술적, 경제적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구조입니다. 중국은 전체 리튬 광산 생산의 약 15%에 불과하지만, 정제와 가공 부문에서는 세계 시장의 60~70%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는 배터리 원재료 확보의 글로벌 흐름에서 중국이 전략적 요충지로 부상한 이유이며, 미국과 유럽은 이를 심각한 안보 이슈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중국산 배터리 소재에 대한 보조금 제외 조치를 취했고, 리튬 확보의 자립도 향상을 위한 정부 주도형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도 ‘CRMA(Critical Raw Materials Act)’를 통해 공급망 다변화, 재활용률 제고, 대체소재 개발을 정책 우선순위로 두고 있습니다. 이처럼 각국은 리튬을 ‘글로벌 탄소중립 경쟁’의 중심축으로 보고, 자원 민족주의(Natural Resource Nationalism)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편, 리튬을 둘러싼 갈등은 단순히 국가 간의 경제 전략을 넘어, 다국적 기업, 채굴국 정부, 원주민 공동체 간의 다층적 이해관계 충돌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호주, 아르헨티나 등에서는 리튬 광산의 국유화 요구가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향후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공급망 구축과 국제 협력 체계 정비가 리튬 전쟁의 새로운 해결 열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리튬 전쟁이 불러온 지역사회 갈등과 사회적 책임 이슈

리튬 채굴로 인한 지역사회의 갈등은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사회적 지속 가능성의 과제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특히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리튬 개발로 인해 토착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위협받고 있으며, 광산 개발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의 협의 부족, 환경 영향 평가 미실시, 이익 배분 불균형 등의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2023년 볼리비아 정부는 외국계 자본의 리튬 프로젝트에 대해 “국가 주권을 침해한다”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일부 계약을 보류했으며,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도 리튬 광산 주변 커뮤니티의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리튬 채굴의 사회적 수용성(Social License to Operate)은 점점 더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으며, 기업들이 ‘친환경 에너지 산업’을 표방하면서도 현장에서의 인권 침해, 생계 위협 등 윤리적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그린워싱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배터리·전기차 기업들은 ESG 경영 원칙에 부합하는 자원 조달 체계를 갖추기 위해 ‘책임 있는 광물 조달 정책(Responsible Mining Policy)’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구글, 테슬라, BMW 등은 원자재 공급망 투명성 확보, 광산 노동자의 인권 보호, 지역사회 투자 확대를 명문화하고 있으며, NGO들과의 협업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리튬이 진정한 지속 가능한 전환의 기반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적 혁신뿐 아니라 사회적 신뢰 회복이 전제돼야 합니다.

 

리튬의 미래 – 기술 혁신과 순환경제가 답이 될 수 있을까

리튬 전쟁의 해답으로 가장 먼저 제시되는 전략 중 하나는 바로 리튬 재활용 기술의 고도화입니다. 현재 폐배터리에서 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은 상용화 초기 단계이지만, 효율성과 경제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도 리사이클링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며, 2030년까지 전 세계 리튬 수요의 10~20%를 재활용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는 리튬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동시에 환경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으로 평가받습니다.

또한, 리튬 대체 소재 개발 역시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나트륨이온 배터리, 고체전해질 기반 차세대 배터리 등은 리튬 의존도를 낮추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저장 기술로서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에너지 밀도, 안정성 등의 측면에서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기술적 장벽이 존재하지만, 리튬 중심의 구조를 보완할 기술적 다양성 확보는 매우 중요한 전략입니다.

마지막으로, 리튬 자원 순환을 위한 국제 협력체계의 구축도 시급합니다. 글로벌 기업과 정부, NGO가 함께 공정한 자원 거래, 정보 공유, 공동 투자 시스템을 마련하고, 리튬 자원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을 완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필요한 것은 리튬 확보 그 자체보다도, ‘어떻게 확보하고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입니다. 기술, 환경, 경제, 인권을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이 리튬 시대의 지속 가능성을 열어줄 열쇠입니다.

 

리튬은 단순한 배터리 원자재를 넘어, 기후 위기 시대를 돌파하기 위한 핵심 에너지 전환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채굴과 확보 과정이 환경을 훼손하고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다면, 우리 모두 심각하게 다시 생각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단순히 더 많은 리튬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보다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함께 찾아야 합니다. 

기술적 혁신을 통한 재활용 확대, 대체 소재 개발, 공급망 투명성 확보, 지역사회의 공정한 참여와 이익 공유까지, 이 모든 요소들이 리튬 전쟁의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선택이 중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