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것’과 ‘바꾸는 것’의 간극
기후위기, 플라스틱 오염, 생물다양성 감소까지. 전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가 점점 더 시급해지면서 각국은 학교, 기업,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환경교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다릅니다. 사람들은 환경에 대해 점점 더 많이 배우지만, 실천으로 이어지는 행동은 여전히 미약합니다.
왜일까요? 환경교육이 일상적이고 필수적인 시스템으로 자리잡은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탄소 배출은 줄지 않고 있고, 환경오염은 되레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환경교육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들을 짚어보고,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실제 변화로 이어지기 위한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정보 중심의 교육 – ‘앎’이 행동을 보장하지 않는다
환경교육의 대부분은 지식 중심의 정보 전달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량, 재활용률, 기후변화의 영향 등을 숫자와 이론으로 설명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교육심리학의 연구들에 따르면, 정보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행동을 유도할 수 없다는 사실이 반복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예컨대, "일회용품 사용은 환경에 나쁘다"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가 실제로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비율은 매우 낮습니다. 이는 인지-행동 간 불일치(cognitive-behavior gap)라고 불리며, 많은 환경 캠페인과 교육 프로그램이 마주한 공통적인 딜레마입니다.
더불어 지식의 양이 증가할수록 개인은 환경문제를 ‘나와는 관계없는 복잡한 시스템’으로 인식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책임 회피나 무기력감으로 이어질 위험이 큽니다. 따라서 지식은 필수이지만,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전제가 환경교육의 첫 번째 재설계를 요구하는 지점입니다.
실천 없는 교육 – 체험과 감정이 배제된 커리큘럼
환경교육의 두 번째 실패 요인은 감정과 체험의 부재입니다. 인간은 이성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공감, 감동, 책임감 같은 정서적 연결이 행동 변화에 훨씬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환경교육은 여전히 교실 안에서 파워포인트나 영상으로 지구를 '설명'하는 데 집중되어 있습니다.
반면, 직접 식물을 심어보고, 플라스틱을 수거하고, 물 부족을 체험하는 활동 중심의 교육은 학생의 태도와 의식에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유럽 일부 학교에서는 ‘탄소 없는 하루 보내기’, ‘제로웨이스트 챌린지’ 등의 프로젝트 기반 학습이 정규 커리큘럼에 도입되었고, 그 결과 학생들의 가정 내 실천율까지 상승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또한, 환경 문제는 공포와 불안을 유발하는 주제일 수 있기에, 심리적 안전감과 행동 유도 사이의 균형도 중요합니다. 무력감을 느끼게 하는 교육이 아니라 ‘변화는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내포한 희망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개인화의 결여 – 일상과의 연결이 부족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현재의 환경교육은 여전히 추상적이고 구조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구 평균기온이 2도 상승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주제보다, “당신이 오늘 저녁에 먹은 고기의 탄소발자국은?”이라는 질문이 훨씬 강력한 울림을 줍니다.
개인의 소비 습관, 이동 방식, 에너지 사용 등 실생활과 연계된 교육이 이루어질 때만이, 환경교육은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또한 연령, 지역, 계층별로 실천이 가능한 ‘행동 메뉴얼’을 세분화하고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지역 기반 환경 실천 포인트제는 이러한 맥락에서 유의미한 사례입니다. 주민들이 분리수거, 대중교통 이용, 저탄소 식단 실천 등의 행동에 대해 포인트를 적립받고 이를 지역화폐로 교환하는 방식은 일상과 정책을 연결하는 실용적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시스템의 부재 – 실천을 가로막는 구조적 장벽
아무리 좋은 교육을 받아도 실천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 없다면, 교육은 결국 ‘헛된 결심’에 그치고 맙니다. 예컨대,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고 싶어도 텀블러를 씻을 수 있는 공간이 없고, 텀블러를 사용한 소비자에게는 별다른 인센티브도 없다면 실천은 어렵습니다.
이는 교육과 시스템이 분리된 상태에서는 개인의 의지만을 탓하게 되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많은 환경교육 프로그램이 정책이나 인프라와 연계되지 않은 채 고립적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참가자들의 행동 지속성도 낮은 편입니다.
교육을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도적 설계와의 병행이 필요합니다. 학교 교육과정이 지역의 자원순환 정책과 연결되고, 기업의 ESG 프로그램이 시민 환경교육과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또한, 실천이 곧 사회적 보상이나 공동체 내 긍정적 평판으로 이어지는 문화를 형성하는 것도 핵심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평가의 왜곡 – 성과 위주의 형식적 프로그램
마지막으로 환경교육이 실패하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보여주기식 프로그램’의 확산입니다. 교육기관이나 기업, 공공기관은 환경교육을 하나의 의무적 지표로 여기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교육의 질보다는 ‘참가자 수’, ‘워크숍 횟수’, ‘홍보 자료 발행량’ 등이 핵심 평가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형식주의는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고, 교육 참여자에게 피로감을 유발하며, 실천으로 이어질 동기를 약화시킵니다. 교육 이후의 변화 추적, 피드백 수집, 장기적 행동 변화 분석 등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환경교육이 진정한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기성과보다 지속가능성 중심의 평가 체계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학습자의 변화를 추적하고, 커뮤니티 기반 실천 확산 여부를 관찰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구조가 요구됩니다.
어찌보면 환경교육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아직 제대로 시도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정보만 넘치는 환경교육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감정과 체험, 일상과 연결, 시스템과의 연계가 이루어질 때, 우리의 교육은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제는 ‘가르치는 것’보다 ‘같이 바꾸는 것’이 필요합니다. 환경교육의 재설계가 곧 지구를 위한 실천의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